오늘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610년, 갈릴레오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에도 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의 발견은 결과적으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 즉 천동설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목성에 위성이 있다는 사실이 지동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진 않지만 밤하늘의 모든 전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믿음을 깨뜨리기엔 충분했습니다.
관측천문학의 위대한 업적을 보여준 이 네개의 위성들을 오늘날 갈릴레이 위성들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로부터 400년 후 갈릴레이 위성들 중 하나가 다시 한번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유로파입니다. 1979년, 보이저 호가 최초의 유로파 근접 사진을 보내온 이후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유로파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 이 얼마나 있는지 실제로 그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보이져 1,2호가 보내온 최초의 유로파 사진은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모습이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약 8억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에 언뜻 보면 꽁꽁 얼은 얼음 위성처럼 보입니다. 아무리 물 분자로 이루어진 얼음이 있다해도 영하 170도의 극저온과 목성의 이온화 방사선 폭격을 받고 있는 표면에서는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얼음층 아래로 거대한 지하 바다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과학자들은 암석 내부에 얼음을 데워줄 열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얼음층 아래로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하 바다를 유지하게 하는 열에너지는 목성과 갈릴레이 위성들의 상호 중력 작용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갈릴레이 위성성들 중 세 개의 위성들은 재미있는 공전 주기를 보입니다.
가니메데가 한 번 공전하는 동안 유로파는 두 번, 이오는 네 번 공전합니다. 덕분에 위성들은 주기적으로 일직선상에 놓입니다. 이때 상호 중력적 당김이 커져서 공전 궤도가 더욱 휘고 늘어납니다. 타원형 궤도는 결과적으로 목성으로부터 더 큰 폭의 중력 영향을 받게 되고 위성들 내부는 앞과 뒤로 휘저어져 마찰에 의한 열이 발생합니다. 이오의 화산 활동이 활발한 이유도 목성에 가장 가까워 내부의 열이 가득찼기 때문입니다.
이오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화산 활동이 바로 다음 위성인 유로파에서는 적절한 크기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표면의 얼음을 모두 녹여버리지 않고 얼음 층 아래마 데워줄 정도의 크기, 그렇다면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층은 외부 방사선의 폭격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으며, 지하 바다의 온도를 유지하게 하는 단열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 바다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호를 통해서 나왔습니다.
1989년에 발사된 갈릴레오 호는 8년에 걸쳐 목성을 탐사하고 11번의 유로파 근접 비행을 했습니다. 1996년, 갈릴레오 호는 유로파가 목성에 가까이 갈 때 자기장의 교란이 생기는 것을 탐지했습니다. 이러한 자기장 교란은 유로파 얼음층 밑에 전도성 액체인 소금물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로파의 소금을 바다의 양은 지구 대양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3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유로파의 대기에서 물분자를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 원자가 감지되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수증기 기둥처럼 보이는 윤곽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관측과 신뢰도 높은 가정에도 불구하고 유로파의 지하 바다를 입증하는 확정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1월 18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에 흥미로운 발표가 나왔습니다 나사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이 유로파 표면에서 거대한 수증기 형태의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 케아 산 정상에 있는 전문대에서 적외선 분광기를 통해 물분자가 태양 복사 에너지와 상호작용을 할 때 방출하는 특정 주파수의 적외선을 포착해냈다고 합니다. 올림픽 수영장을 수 분만에 채워 버릴 양으로 뿜어져나오는 수증기 기둥! 이 발견은 직접 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유로파의 지하 바다 존재를 거의 입증하는 증거로 보입니다. 이제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유로파에 있거나 있을 법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규산염석의 암석 내부는 조석가열에 의해 고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저 바닥에는 활동성 화산이 있습니다. 그 위에는 염분이 풍부한 바다와 얼어붙은 외부 지각층이 있습니다. 달리 보면 이는 40억 년 전의 지구환경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 대한 답을 지구에서 수억km 떨어진 곳에서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로파에 생명이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이라면 무척 즐거운 일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지하 바다에 생명 활동이 왕성히 일어나기 위해선 분화구 근처의 화학작용과 별개로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광합성에 필요한 빛에너지가 있다면 지하 바다 모든 곳에 걸쳐 풍부한 유기체 합성과 영양분 공급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런데 태양빛은 수십km 두께의 얼음층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광합성은 불가능합니다. 즉 유로파의 지하 바다에 생명이 있다해도 높은 단계까지 진화한 형태는 아닐 겁니다.
그들은 지구의 마리아나 해구처럼 심해의 열수구 근처에서 열에너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호열균이나, 스페인 리오 틴토의 강한 산성을 띠는 곳에서 사는 호산균, 아니면 남극의 보스토크 호 얼음층 밑에서 살아가는 호냉균처럼 극단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극단 미생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단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20여 년 전부터 우주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은 지구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극단 미생물들을 조사해서 지구 밖의 여러 조건에서도 생명이 살아 남을 가능성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우주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2020년을 대표하는 주요 미션으로 제안했습니다. 그에 따라 2020년대 중반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드론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며, 유로파에도 탐사선을 보낼 예정입니다. 유로파 탐사선이 지하 바다의 존재를 현장에서 확인하면 다음 단계로 얼음층 밑을 탐사할 수중 로버가 보내집니다. 수중 로버는 수중 카메라를 탑재하고 염분, 압력, 온도, 산소 등 생명의 징후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탐사선 한 대로 생명체 샘플을 확보하기 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탐사선을 보내는 시기가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흔적이 있기만 하다면 발견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구 밖의 생명체를 실제로 발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그 샘플을 통해 진정한 비교생물학을 실행해볼 수 있습니다.
지구 밖 생명체가 가진 분자구조와 유전자 복제 방식을 우리의 것과 비교하면서 생명 탄생과 기원에 대한 시각을 우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각은 또 한 번 크게 바뀔 겁니다. 생명의 탄생이 지구에서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 생명이란 우주 전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이라는 생각, 미래의 인류는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계생명체 발견은 400년 전에 시작된 지구중심설을 밀어내는 과정의 완결인 셈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물리적 반경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우리의 의식도 초자연적인 것에서 자연의 것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러한 의식의 시작과 완결이 모두 갈릴레이 위성에서 나온다면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닐까요? 유로파가 짜둔 유쾌한 각본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딩송: 카를로스 산타나의 Europa)
이상으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정보 포스팅 마칩니다.